Ⓒ최장훈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시설노조 청소노동자 본관 시위

 

오전 7, 아직 학교는 조용하다. 고요함 속에 몸과 마음이 여느 때보다 바쁘고 소란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청소노동자들이다. 퇴근한 이후 쌓인 쓰레기와 학교 곳곳을 치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밤을 새운 시험 기간 아침에 한 청소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이른 아침부터 땀 흘려 힘들게 일하시는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학생들이 불편하면 되나요. 학생들 오기 전에 깨끗하게 해놔야죠.” 그리곤 다시 묵묵히 하던 일을 이어 갔던 사람. 그러나 지난 4, 청소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모아 거센 항의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본관 시위

 

 

지난 47, 본관 앞에서 민주노총 시설노조 소속 청소노동자(이하 시설노조)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생활임금 보장 관리자의 동국노동조합과의 차별 금지 2011년에 벌어진 관리자의 수당 횡령에 대한 사과였다.

 

이러한 요구를 외치는 이유에는 수년간 쌓여온 맥락이 있다. 우리 학교 청소노동자들은 학교에서 일하지만 학교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 청소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와 계약을 맺은 용역전문고용 업체(이하 용역업체)에서 고용한 직원이다. 그러나 임금이나 노동환경에 관한 요구는 당 용역 업체를 선택한 학교와 하는 것이 실질적 인 해결책이다. (편집자 주: 간접고용시스템에서 용역업체 는 학교가 지급한 돈으로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한다. 노동 자의 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에서 용역업체의 역할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한 최저낙찰제로 고용된 용역업체는 언제든 바뀔 수 있으며 청소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는 학 교다.) 노조가 회사와의 단체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 우, 학교 당국에 이를 요구하는 순서를 밟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4월에 본관 앞에서 시위했던 것도 사측에서 단체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관 시위 요구 사

 

-생활임금 보장

 

우리 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월급은 117만 원이다. 최저임금 수준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시급 5,210원 기준, 540시간 근무조건 1,088,890)OECD 국가들의 최저수준으로 상당히 낮다. 매년 물가는 상승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으로는 최소한의 생활조차도 버겁다. 이들이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관리자의 동국노동조합과의 차별 금지

 

또한 청소 업무를 지시하는 회사 측 관리자는 그동안 시설노조 소속 노동자들과 동국노동조합(이하 동국노조) 소속 노동자들을 차별 대우해왔다. 20117, 한 사업장 내 복수 노조를 설립할 수 있게 되자 시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아닌 노동자들은 동국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사측은 시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에게 동국노조로 전환하라고 종용했다. 또한 동국노조에 주말 업무를 배치했다.(청소노동자들은 일은 더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에 주말에도 근무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외에도 식사, 명절 선물, 작업 지시 등 몇 차례의 차별 대우가 있었다. 심지어 올해에는 시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청소 물품 지급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이에 본관 시위에서 시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차별을 금지하라고 외친 것이다.

 

-관리자의 수당 횡령에 대한 사과

 

2011년에는 사측 관리자가 시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에게 지 급해야 할 반장수당[각주:1]과 잔업수당[각주:2]을 개인 식비로 사용하는 일을 저질렀다. 그러나 3년이 다 되도록 사과를 하지 않고 발뺌하고 있었다.

 

 

본관 시위 결과

 

 

투쟁을 시작한 다음날인 8일까지 사측은 불성실한 태도를 유지했다. 시설노조는 매일 점심시간 본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갔고 총학생회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시설노조는 회사와 학교 측에서 계속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17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일 거라고 경고했다. 수차례의 단체 협상이 진행되고 11일에 노사 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안은 117만 원에서 127만 원으로 임금인상 차별 대우를 한 관리자의 2개월분의 월급 감봉과 동결 횡령수당 반환 횡령한 관리자의 공개 사과하는 것이었다. 합의 후 14일에 시설노조는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팔정도에 모여 점심을 먹었다. 학생들도 초대하여 기쁨을 함께 나눴다.

 

 

 

 

 

 

석가탄신일 업무 분담 시위

 

 

그러나 423, 학교 측에서 석가탄신일 기념행사 업무를 동국노조에 먼저 배분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설노조는 지난해에도 동국노조에서 업무를 했는데 올해도 동국노조에서 맡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며 학교 측에서 구두로 업무를 시설노조에 배분하겠다고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업무 배분권한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설노조는 기념행사 준비가 진행되는 운동장 입구에서 추운 밤을 새우며 노숙 농성을 진행하였다. 결국 사측에서 시설노조의 향후 노조활동에 대한 보장 부분을 중재하여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학생들이 관심 가져야 할 노동 문제

 

 

시설노조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4월 투쟁으로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요구를 했고 부당한 현실에 맞섰다. 사회적 약자로,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빛나지 않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단결을 통해 쟁취하며 권위적이고 의 논리로 좌우되는 병든 사회를 치유했다. 이들에게 부당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은 학교와 사측에서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간접고용과 저임금 노동체계라는 구조적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경제 위기가 극복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러한 노동문제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노동 문제는 대학생들이 사회에서 곧 겪을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이라는 구분을 넘어 연대의 마음을 전하거나 함께 싸워야 한다.

 

최장훈 (본교 대학원, 12년도 총학생회장)

 

 

  1. 직책의 경중 등에 따라 미리 정하여진 지급조건에 의해 지급하는 수당(직책 수당) 중 하나, 임금산정 범위에 포함되는 금품의 예시 - 노동부 예규 제476호 참고. [본문으로]
  2. [근로기준법]과 [근로자의날제정에관한법률] 등에 의하여 지급되는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월차유급휴가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근로수당을 뜻함- 노동부 예규 제476호 참고. [본문으로]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