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진 편집장



올해 3월 말 동국대학교 최초의 성 소수자 동아리 ‘큗’이 중앙동아리로 인정받았다. 중앙 동아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 수 이

상의 동아리 원들의 인적사항을 제출해야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큗’은 GSA(Gay Straight Alliance)라는 독특한 방식을 선택해 동아리원들의 아웃팅을 막아냈다.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 앞으로 무엇을 하든, 혹은 하지 않든 험난한 길을 걸어갈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갈 사람들의 즐거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東國 ‘큗’을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회장 심기용(이하 심) 우선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고립된 성 소수자들에게 접근 가능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고, 두 번째는 동국대에도 성소수자가 산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죠. 고립되었다는 것은 자신 성 정체성에 관해서 쉽게 드러낼 수 없고, 심지어 그것을 숨겨야 하는 상황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일상생활에서 보통 시스젠더[각주:1],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은 소외되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어요. 연애를 지향하고, 성애를 지향하고,이성을 좋아하며, 정신적 성과 생물 성이 일치하는 것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당연한 전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요.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다양한 성(sexuality)이 있는 게 더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우리는 별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죠. 성소수자는 우리 곁에계속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 인데 말이에요. 성소수자 동아리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야 동국대라는 공간도 변화할 거로 생각했어요. 뉴스나 TV 속에서의 먼 얘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에서 함께 숨 쉬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죠.


처음 동아리를 만들 때는 공개된 모임이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가시적인 동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대부분 긍정적이었어요. 잘 꾸려서 좋은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의기투합이 있었던 거 같아요. 본인을 비성소수자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이 응원해줬고요.


가시적인 동아리가 되었다고 한들 학교에서 공식적인 위치를 자리잡고 있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인권 활동을 하거나 공간을 얻거나 하는 문제에서 제약이 있어요. 좀 더 공신력 있는 모임이 되고 싶었던 것이죠.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전동대회에 나가서 모임을 설명하고 중앙 동아리로서 인준받는 것 자체는 두렵지않았지만, 오히려 문제는 명부 제출에 있었어요.


성이라는 것이 음지화되어 있고, 성 소수자가 사회적인 주변 자나 약자로 위치되어 있는 한국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중앙 동아리가 되려면 회원들의 실명, 학번, 학과 등의 프로필을 기재해서 제출해야 하더라고요. 당연히 자발적인 회원들에 관해서는 제출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나 15명 이상의 회원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으로도 명부 제출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아우팅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다른 대학교 성 소수자 모임의 사례를 여쭸더니 모두 중앙 동아리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더라고요. 많은 경우 성 소수자 모임의 특수성을 반영해서 명부 제출을 하지 않거나, 명부의 많은 부분을 별 처리해서 제출했어요. 고려대학교 모임 ‘사람과 사람’은 다른 동아리들도 실명 명부 제출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아예 규칙을 바꿨더라고요. 그런데 전자 후자 둘 다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었고, 그중에 찾아낸 것이 GSA라는 모임 형태였어요. GSA(Gay Straight Alliance)는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연합인데요. 이 GSA 회원들의 명부를 제출한다면 명부의 누가 성소수자인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방법이었죠. 중앙 동아리 신청 마감 4시간 정도를 앞두고 사람들을 모았는데 무려 150명 가량의 사람들이 지지를 밝히고 도움을 주셨었어요.


결국 58명 정도의 동아리 대의원 중에서 49명 정도의 대의원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중앙 동아리가 되었습니다. 도움주시고 응원 주셨던 모든 분께 너무나 감사해요.



東國 ‘큗’의 의미와 목표는 무엇인가요?



‘큗’은 한 회원이 그냥 장난스럽게 Cute의 발음과 ‘퀴어 동국’에서 큐 + ㄷ 을 합친 것의 소리가 비슷한 거 같다고 던진 이름이었어요. 그런데 한 글자가 주는 인상이 강렬해서 이걸로 정했죠. 퀴어 커뮤니티의 “신이 우리를 미워한다면 왜 우리가 이렇게 귀엽지?”라는 슬로건과 연결되기도 해요. 다양한 맥락에서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현재 성소수자 회원 수는 70명 정도, GSA까지 합치면 170명정도의 회원이 있어요. 신생 모임치고는 규모가 상당한 편인데, 어떻게 내실을 다지질지는 고민이 많고요.


아실테지만 성소수자가 동성애자만을 의미하지 않고 동성애만이 소수적 성은 아니에요. 실제 ‘큗’에는 게이가 아니라 “남성/여성 시스젠더 헤테로로맨틱 헤테로섹슈얼”이 아닌 퀴어들이 굉장히 많아요. 성소수자 운동이 초반에는 동성애 인권 운동에 초점이 모였다면 이제는 다양한 성 정체성들이 아우러지는 무지개 같은 모습을 많이 그리죠.



東國 다른 대학의 성소수자 동아리와의 교류는 어떤 상황인지.



활발한 편이에요. ‘큗’의 형성 과정에서 다른 동아리들에 많은 자문을 구했고요. 예전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대학 성 소수자 모임 연대체 큐브(QUV)라고 전국 47개 대학 49개 모임이 연대하고 있는 덕분에 교류가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인권적인 차원에서 공동 대응도 가능하고, 모임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경험을 조언하기도 하고요.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주고 있는 거 같아요. 같이 세미나를 열거나 공부를 하는 분위기도 형성되어 있어서 좋고요.


이번에 퀴어문화축제에서는 큐브 소속 대학들이 아예 부스의 서로 가까운 영역으로 묶여서 물건을 공동구매하거나 일을 돕거나 하기도 했었네요.



東國 아직 정식 동방이 없어요.



동아리방은 이미 다 찼고, 방을 얻으려면 기존 모임이 해체되거나 없어져야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학생 자치 공간을 학교에서 더 마련해주는 게 아니라면 말이에요. 소수자들에게는 친목도 인권적으로 중요한 측면이고, 실제 범죄 위협이 있던 차라 일상적으로 서로 만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거든요. 단지 동아리방을 기다리는 것으로는 몇 년이 걸릴지 몰라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방안은 현재로썬 없네요.



東國 ‘성 소수자’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선 “남성/여성 시스젠더 헤테로로맨틱 헤테로섹슈얼”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면 퀴어 정체성으로 구분하는 추세에요. 지금까지는 동성애, 즉 호모섹슈얼(Homosexual)의 존재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었죠. 그러나 성별, 정신적 성, 연애 지향성, 성애 지향성에 따라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이 있어요.


성별sex에서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아닌 사람들이 있어요. 가령 간성intersex. XX XY의 염색체를 둘 다 가지고 있거나, 양성의 성기를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죠. 주로 건강 때문에 유아기에 수술로 한 성기만 가지도록 만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간성인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운동선수로 활약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수술해서 전환 성transsex도 있어요. 법적으로 남성이나 여성으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제도나 인식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참고로 가끔 트렌스젠더transgender를 성전환자 transsexual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기도 하는데, 트렌젠더는 수술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하는 것으로 더 넓은 개념이에요.


정신적 성gender도 다양한데, 우선 정신적 성과 생물 성이 일치하는 시스젠더cisgender. 일치하지 않는 트렌스젠더. 그리고 남성 여성의 젠더 이분법을 벗어나 정체화한 사람들을 젠더퀴어gender queer라고 분류해요. 젠더 퀴어는 범주가 매우 넓은데 몇 가지 소개해드리자면, 양성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안드로진 androgyne, 유동적인 젠더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젠더가 없다고 생각하는 젠더리스genderless, 모든 젠더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팬젠더pangender 등등. 젠더 퀴어는 용어가 다양하지만 겹치는 부분도 있고 서로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지는 않아요.


연애지향성romantic과 성애지향성sexual 또한 다양한데 어떤 성에 지향성이 있느냐에 따라 이름이 만들어져요. Romantic과 sexual 앞에 뭘 갖다 붙이냐의 문제인데 앞에 들어가는 말들은 대략 Homo(동성), hetero(이성), bi(양성), trans(전환 성, 특별히 성전환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inter(간성, 간성에 사랑을 느끼는 경우도 있겠죠), pan(범성, 모든 성에게 열려있다는 의미), a(무, 지향 없음), andro(남성), gyne(여성), demi(반, 정서적 유대감의 크기를 기준으로 삼음) 등등이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문제는 내가 나를 어떻게 느끼냐이고 정체화하는가에요. 퀴어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하는 논의들은 사실 별로 효력이 없죠. 내가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은 매우 사건적이기 때문에 평생 이성을 좋아하다가도 동성이 좋아질 수 있고,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욕망이 유동적이잖아요. 그렇다면 정체성도 살면서 변화할 수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정체성이 본질적으로 주어지거나 타고나는 것이라고 보기보다 살면서 자연스레 구성되는 것으로 바라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이게 한순간에의지적으로 본인이 감각하는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아요. 그래서 전환치료는 사실 불가능하

고 폭력적이죠. 무엇보다 수많은 퀴어 정체성을 병리화한다는 측면에서 억압적이고 오만한 일이에요.


그리고 조금 어려우실 수도 있겠지만, 젠더 정체성이 다양하다는 면에서 ‘동성애’, ‘이성애’라는 언어 사용도 다양한 맥락을 가질 수도 있어요. 가령 생물 남성이고 생물 남성을 좋아하는데 본인은 비수술 트렌스젠더라면 동성애자일까요 이성애자일까요? 생물 성을 중심으로 보면 동성애자이고, 정신적 성을 중심으로 보면 이성애자죠. 재밌지 않나요? 우리가 확고하다고 생각하는 젠더 정체성은 그 경계가 이미 많이 허물어지고 있어요. 우리가 가진 범주들이 그렇게 엄밀하거나 절대적이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런 명명보다 삶에서 중요한 건 자신을 어떻게 느끼는가, 즉 어떻게 욕망하고 있는 가죠.



東國 ‘큗’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들, 또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활동들은 무엇인가요?



우선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내부 회칙, 소통 공간,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들 등등. 정모도 하고, 타 대학 모임과 연계 모임도 가끔 기획하고 있고요. 기존의 퀴어 커뮤니티를 잘 모르던 친구들이 많아서 입문을 도와주고 있는 입장인 거 같고, 또 동시에 아예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1년도 안 된 신생 모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해봐야 할 거 같아요.


저희의 활동 컨셉은 “인권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회원들끼리 오순도순 행복한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활동하자”는 것이었거든요. 동국대가 성 소수자에 열려 있는 조계종 기반 대학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초반에는 문제가 잘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학교 전반적으로 아우팅에 대한 감수성이 낮고, 일상에서 무지나 선입견으로부터 시작한 차별적인 언사들이 꽤 있었어요. 가령 무성애자들의 이야기는 사회적으로나 일상적으로 많이 공유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아예 외면 받는 실정이기도 하고요. 누군가의 소수적성 정체성을 당사자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우팅이고, 아무리 열린 생각을 가진 모임이더라도 주의를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또 대외적으로 말씀드릴 만한 것은 ‘성sexuality’ 포럼을 동국대에서 열고 싶어서 계획하고 있다는 거예요.


아직 구상 단계지만, 해마다 열리는 포럼을 개최해서 페미니즘과 퀴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에 관한 이야기들을 발제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요.



東國 아직은 모든 곳에서 환영받는 목적의 동아리는 아닌데, 그럼에도 ‘큗’을 하시는 이유가 있다면요?



모든 곳에서 환영 받을 수 있는 활동만 하는 모임은 없다고 봐야겠죠. 심지어 예수님과 그 지지자들도 박해받았던 걸요. 그렇지만 성 소수자의 인권은 근본적으로 성을 가진 모든 사람을 위한 인권이에요. ‘큗’이 당장 소외된 성소수자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는 공동체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성에 관한 온갖 식별의 범주를 넘어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동아리라고도 생각해요.



東國 일부 기독교에서 노골적으로 동성애를 탄압하는 모습을 많이 볼텐데.



 대부분 슬프고, 답답하고, 어이없고, 분노해요. 멘탈이 좋은 사람들은 너무 뻔한 레퍼토리이기 때문에 진부해 하기도 하고, 또는 그걸 유희의 대상으로 삼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동성애 프레임이 기독교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안정적으로 재정을 마련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확실한 적이 있으면 아군도 확실해지잖아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성 범주를 넘어서서 사랑하는 경험들, 그리고 다양한 소수자들과 삶을 공유하는 일들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그 세력이 약해질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렇게 쉽고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행복한 사회 공동체를 위해 중요한 건 사랑이잖아요. ‘올바른’ 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랑.


올해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작년에 비해 자금 확보가 어려우셨는지 문화적인 요소가 많이 줄어들었더라고요. 작년에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맞춰 부채춤도 추고, 힙합도 하고, CCM도 부르시고, 북치고 장구치고 외국 기자가 한국 퀴어문화축제는 모두의 축제구나 착각했을 정도로 풍부했으면서 올해는‘Homosexual is a sin. Return to Jesus’라는 문구를 중심으로 소리만 지르시더라고요. 내용이 잘 안 들렸는데, 말 그대로 소음이었어요. 성가대로 다져진 건지 목청이 너무 좋으셔서 놀랐어요. 차라리 밴드 음악과 함께 샤우팅을 하시면 좋았을 텐데.



東國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청소년들에게 성 지향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일이 많잖아요. 더불어 ‘크면 괜찮아 질 거다’ 라고도 많이 말하고요.



크면 괜찮아진다는 말이 ‘너에게 매력이 있으니 사회인이 되었을 때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을 거야’라면 참 좋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당연히 우리 성 정체성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의 잘못된 조언이죠. 저도 예전에 학교 선생님에게 커밍아웃했는데 “아직 네가 또래 동성 문화를 못 벗어나서 그런 거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내 솔직한 감정과 느낌들을 부정당하는 거 같아서 기분 상했죠. 그래도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성 정체성의 혼란은 긍정적이라고 봐요.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는 과정일 수 있거든요. 그런 혼란이 있을 때마다 고민이나 감정을 나눌 사람이 있으면 너무 좋겠죠. 여러 가지 성에 관해서 자유롭게 드러내고 경험을 공유하는 일들이 많아져야 누군가가 커밍아웃하거나 누군가의 지향성에 대해 선입견 가득한 말을 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東國 LGBT를 가리켜 성 소수자 또는 QUEER(이상한, 비일반적인)처럼 배타적으로 네이밍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억압이 있고 소외와 차별이 있는데 소수자라는 명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소수자에는 사회적 주변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철학적으로는 공동체를 풍부하게 만드는 특이성 이라는 의미도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재밌는 이름인 거 같아요. 소수자 철학을 연구하는 윤수종 교수는 소수자를 언어화되지 못한 욕망을 가진 새롭고 다채로운 사람들로 이해하기도 해요.



Queer 같은 경우 언어유희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그래 우리 이상해! 뭐 잘못됐어? 하는 거죠. 그래서 일반에 대해 조롱하는 의미로 이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 것이구요. 오히려 스스로 자긍심을 갖는 언어로 재전유한 측면이 있어요. 소수자들에게 언어 재전유는 거의 일상이에요. 기존 언어표현들이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東國 한국 사회에서 게이로 산다는 것은?



제 개인에 대한 질문이겠네요. 매우 행복해요. 물론 답답한 제도와 인식에 관한 상황들이 있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퀴어 커뮤니티가 많아졌고 서로 기대고 그늘이 돼주면서 삶을 꾸려나가고 있어요. 그런데 조금 귀찮죠.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게 되고, 친구들의 당연한 이성애적 대화에 어떻게 반응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그걸 다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퀴어 커뮤니티가 갖고 있는 특유의 활기차고 유쾌한 에너지가 너무 좋아요. 성에 관해서 많이 열려 있고 다양한 고민을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앞으로 더 많은 퀴어들이 커밍아웃하고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1. 정신적 성과 생물 성이 일치하는 사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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